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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코첼라를 보며] 누군가의 팬으로서 산다는 것은.

죄씨 2023. 4. 23. 23:59

그녀들을 처음 본 건 내가 중학생 때였다.
2016년에 YG 신인그룹 블랙핑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래는 휘파람. 붐바야.
그때의 내 반응은.

이름이 블랙핑크가 뭐야.
휘파람? 노래는 왜 이래;;

처음 듣고 별로라고 부정했던 나지만
머리는 솔직했었다.
멍~ 때리고 있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곤 했다.

휘~ 파담. 어.
휘. 파담파담파담.
휘 바라바라바라밤.


시간이 흘렀다.
이번엔 불장난, 스테이가 나왔다.
그 당시엔 불장난이 엄청 핫했었지만
나는 스테이를 통해 블핑을 좋아하게 되었었다.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었달까. 띵곡이였다.

널 닮은 듯한 슬픈 멜로디.
이렇게 날 울리는데.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고딩이 막 되어서 들떠서 그런가. 블핑이라는 이름에 자연스레 끌린 걸까.
친구가 대학교 축제를 가보자고 하는데 딱히 큰 기대감이 안생기던 나는
라인업을 찾아봤는데 [블랙핑크]가 딱 눈에 들어왔고 내 대답은.

이젠 달려야지 뭘 어떡해.
난 철없어 겁 없어 맨.



대학교 축제에서 처음 마주한 블랙핑크는 반전이였다.
카리스마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수줍어하는 것 같았다.
걸크러쉬와 커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니.
더욱 호감으로 다가왔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내가.
그렇게 한 아이돌의 팬이 되었다.

너 뭔데 자꾸 생각나.
자존심 상해 애가 타.


 
내 마음이 블핑을 좋아한다라는 것을 인식한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덕질을 시작했었다.
노래 발매일을 기다리고 vlive나 예능 등 방송을 기다리고, 그 전에 나왔던 방송들도 다 돌려보기도 했었다.
하면서 진짜 즐거웠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팬클럽도 가입하고 콘서트도 갔다와봤지만.
하면서 의구심이 들었었다.

정말 이게 의미가 있을까?
한 사람의 팬으로서 산다는 것.
내가 없어도 수많은 팬들이 있는데.
난 돈도 시간도 없는데 여기에 할애하는 게 맞을까.

덕질에도 레벨이 있구나.
난 저들을 이길 수 없는데. 

.
.
.

난 그렇게 덕질을 멈추게 되었다.
물론 컴백 소식을 접하면 다시 기대하게 되고 앨범을 사고는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오늘 유튜브의 알람이 떴다.

블랙핑크. 코첼라.

어? 이거. 그냥 보여주는 거야?
잠깐 봐볼까?

그렇게 난 다시 그녀들의 세계에 들어갔다.


보면서 노래 하나하나에 담겨진 추억들이 지나갔고
아무도 모르고 치열하게 경쟁했을 연습생 시절 끝에 결국은 월클이 되고 코첼라 헤드라이너가 되어 공연을 하고 있다니.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도 웅장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덕질은 멈췄지만.
난 여전히 그녀들의 팬이였다.
그녀들의 팬인게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순간들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팬으로서의 삶도 나쁘지 않다고.
그녀들의 팬이 되길 잘했다고.



오늘 그녀들의 공연을 보고
내 가슴은 다시 한번 뛰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열정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리고는 다짐했다.
그녀들처럼 열심히 살아보겠노라고.
나도 자랑스러운 팬이 되겠노라고.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고.

꿈은 꿈을 낳는다.
Blackpink is the rev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