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영화/리뷰] 오펜하이머, 지루하긴 개뿔. 두 번 봐야할 영화.

죄씨 2023. 8. 20. 21:39
원래는 볼 생각 없었는데

사실 난 인터스텔라도 어릴 때봐서 큰 감명을 받지 않았기에 놀란 감독이라고 해서 큰 기대감이 있지는 않았었다.

근데 엎친 데 덮친 격.
개봉날 부터 들려오는 혹평들.
지루하다느니 3시간이라느니 기대치 이하라는 소리들.
관심도 없는데 평가가 이러면 안 보지 ㅋㅋ.


이새끼 훼이크 아니야

병원 가러 나가는 김에 영화를 보고 와야겠다 싶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소재가 괜찮아보여서 픽도 정해놓았었다.
예매하기 전 마지막으로 재차 평점을 확인하러 갔는데 박보영이 개암 걸린댄다.
한국영화에 이기적 발암캐릭터는 진짜 병적으로 싫어해서 보고 싶은 욕구가 뚝 떨어졌다.

뭐 봐야하나 고민하던 와중.
전날 오펜하이머 봤다던 친구가 갑자기 생각났다.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는데 도저히 믿음이 가질 않았다.
임마가 3시간짜리 영화를.
사람들이 다큐라고 하는 영화를 재밌다고 말한다고?
개낚시 아닌가?

진짠가.

어차피 볼 영화도 없어진 마당에 한번 믿어보기로 하였다.
3시간이 부담스럽지만.
설마 진짜 재미없으려나.
.
.
.

영화 보고 나서.

맑눈광으로 시작

시작하자마자 오펜하이머랑 아이컨택을 할 수 있는데 그 푸른 눈빛을 보며 느꼈다.
임마 이거 심상치 않은 놈이구나.

3시간동안 그의 반짝이는 눈빛과 행동에 매료됐다.

ㅈ간지

야스마스터 오팬무

작중에 배드신이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배우가 플로렌스 퓨 인 건 몰랐다.
오마갓.
뜬금없이 야스를 해버리는데.

ㅋㅋ

15세 등급 영화라 논란은 있지만
난 나쁘지 않다고 본다.
청소년이라고 못볼 거는 뭔가.
오히려 장려해야지.

성에 눈을 뜨는 나이면 더 자극적으로 다가올테고.
그건 이 영화를 볼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를 활용한다면 오히려 장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건 결국 그보다 많은 것을 줄 것이니 말이다.

생각해봐라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할 얘기가 얼마나 많겠냔 말이다.
그리고 그때 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저 뜯어말리는 수준은 정말 정 떨어진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도 그런 결론을 도출해내는 인간이라는 것도 참.

선정적인 장면으로 표현할만큼
오펜하이머와 여자 관계.
오펜하이머와 진 태틀록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봐라, 확실히 각인됐지 않았는가.


전혀 지루하지 않은 3시간

3시간이여서 지루하다.
고문이다. 버티기 힘들다.

다들 숏폼의 피해자인가?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상황에 맞게 고조되는 사운드.
지루하지 않고도 스무스하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전개방식.

영화를 보고 있으면 작중 등장하는 거물급 물리학자들에 뽕 이빠이 차고.
다들 연기도 잘하는지라 오펜하이머에게 이입하여 나도 덩다라 긴장하고 희열을 느끼고 억울함을 느낀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다.
물론 젤 좋았던 건

눈나..

경외감이 들 정도

작중에서 드러나는 오펜하이머는 다각형으로 만렙이다.
세심하면서도 담대하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명석하며 융통성있고 썩나간 팀원을 챙겨주는 섬세함과 때론 강단있게 밀어붙이고 팀원을 믿어주는 리더십까지 갖추고 있다.

그렇다 난 지금 오펜하이머에게 빠졌다.
당신도 본다면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찬사를 보내는지 알겠다.
놀란. 그는 도덕책.

아 얘가 아닌가.

비혼주의자들 뺨 세 번 때리는, 결혼해야하는 이유.

작중에 오펜하이머가 심적으로 나약해졌을 때가 나온다.
힘든 그를 보며 그의 아내 키티는 죽는 소리 그만하라며 오히려 채찍질을 한다. 오펜하이머는 바로 정신이 돌아온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서도 얼마나 정신이 강한걸까 생각했다. 본받고 싶었다.

작품에서 오펜하이머와 키티는 위태로워 보이는 연출을 보여주다가도 부부란 얼마나 신뢰 높은 관계인지를 보여준다. 그만큼 키티가 오펜하이머에게 도움 되는 존재였음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이 나를 거부하는 느낌이 들어도 단 한 사람만이라도 완전한 내 편이라는 것은 얼마나 든든한가.
심지어 나대신 불같이 화도 내며 의견까지 내준다.
아아, 이것이 사랑인가.
나도 그처럼 사랑하고 싶음을 느꼈다.

박력보소

과학자들은 고지식한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자세.

오펜하이머는 물리학자 답게 똑똑했다.
하지만 어느 하나 틀을 가둬두고 보지 않았다.
그는 세심했고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언제나 자신 또한 틀릴 수 있음을.
언제나 결국 더 나은 길로 나아갸아함을 알고 있었다.
이는 고지식한 다른 물리학자들과는 달랐다.

아니 똑같았다.
사실 모든 과학자들은 당연히 더 나은 길로 가고 싶어한다. 생각이 다른 것이지. 언제나 의견을 수용할 자세도 갖춰져 있을 것이다. 자신의 연구가 발전을 하려면 다른 의견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까지 닿지 못함일테고 이는 그들에 대한 이미지가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다로 받아들여진다.

아무튼 난 결국 이런 과학자들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에 대해서는 언제나 우직하고 소신있게 밀고 나아갈 줄도 알아야 하고 언제나 틀릴 수 있음도 열어두고 모든 문제에 why를 던지며 해결해나가는 자세.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던 자세다.

다들 어릴 때 한번씩은 봤자나

세상이 나를 부정한다면

영화에서 오펜하이머는 과거 행동들에 대해 조사를 받으면서 억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날카로운 질문들과 유도신문들은 오펜하이머를 굴욕적으로 만들기도 하며 함정으로 빠지게 만들려고 어떻게든 물고 늘어진다.

내가 세상을 위해 했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세상이 아니라고 부정한다면 어떨까.

내가 해왔던 일들을 세상이 내가 안했다고 한다면.
내가 안한 일을 세상이 내가 했다고 한다면?

그렇게 생각 안했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안 꺾일 자신이 있을까.

나라면 정말 내 믿음과 근거들을 부정하지 않고 신념을 지킬 수 있을까.
내 주변인들은 나를 믿어줄까?
반대로 내 주변인들이 그런 상황에 놓이면 나는 그들을 믿어줄 수 있을까?

평소에도 가끔 하는 생각들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됐다.
그리고 오펜하이머를 보며 다시 한번 경외감이 들었다.

무슨 싸움을 해오신겁니까.

당신이였다면 어쩔 것인가

생각이 달라도 대화를 한다면 되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되지 않았다.
생존이 달린 문제에서는 서로 굽힐 수 없었고 전쟁이 일어났다.

말뿐인 평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결국 아이러니 하게도 세상을 파괴하는 무기를 만들어서야 평화를 쟁취해낼 수 있었다.

이는 절대 오펜하이머만의 얘기가 아니다.
절대 과거 얘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에도 직결한 문제이다.

대화가 된다면 당연히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무조건 정답을 내야할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과거의 얘기를 통해.
오펜하이머의 상황들을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생각의 핵분열을 하게 해주는 영화.

두 번 봐라

끝으로 영화를 보기 전 나의 배경지식

나는 오펜하이머에 대해서 1도 몰랐고 어느 것도 알아보지 않고 갔다.
그저 어릴 때 읽은 아인슈타인 만화책과 영화로 배운 2차세계대전 지식들이 다였다.

그럼에도 충분히 재밌었고 이해 안되는 부분들도 전혀 없었다. 지루할 틈도 없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근데 이는 내가 평소에도 토론을 자주하며 다큐도 좋아하는 취향이기에 가능한 걸 수도 있겠다.

참고로 난 책 10페이지 읽고 쉬는 집중력 만식이다.

어쩌면 내 얘기일 수도

추천도

내 추천도는 당연 100이고

추천하지 않는 사람은

  1. 지루한 거 못보는 사람
  2. 액션, 오락 등 킬링타임을 즐겨보는 사람
  3. 영화 안좋아하는 사람
  4. 프로불편러


추천 하는 사람은

  1. 역사, 과학 좋아하는 사람
  2. 영화 좋아하는 사람
  3. 가끔 다큐 보는 사람
  4. 이 글을 다 읽을 정도에 인내심을 가진 사람


뭐 이유는 당연하니까 설명 안함.


공부 하고 보나요

난 영화를 보고 오펜하이머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 재미가 배로 됐는데 원래는 역순인 듯.

영화를 보고 재미가 붙으면 오펜하이머에 대해서 공부해도 난 늦지 않다고 봄.
관심도 없는데 공부하면서까지 영화를 볼 필요 있나?

아무튼 꼭 보삼
오늘의 영화 오팬무 였음

정말 현명한 선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