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씨/일상

생일도 내겐 평일이었다. 그러나.

죄씨 2023. 6. 28. 01:07

매 생일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 생일에는 무엇을 해야하지.
사람들은 생일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신나 하는 것일까.
남들은 도대체 생일에 뭐하고 지내지?
왜 생일에. 술을 마시지?!
 
생일이란 내겐 부담스러운 날이다.
선물을 받는 것부터 그저 축하의 말을 듣는 것까지.
모두 내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는
익숙치 않은 상황들이다.
차라리 그냥 지나갔으면 하는 상황들 말이다.
 
분명 감사한 날이긴 하다.
부모님께 감사를 올리지 못할 망정.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축하를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생일. 그 자체로 들뜨고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이 내가 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일까.
 
생일 전부터.
내가 내 생일이 있음을 깨닫기 전부터.
벌써부터 축하해주고 들떠서 약속을 잡으려던 친구들이 있다.
 
난 생일이 뭐 대수냐며
그냥 평범하고 평안하게 하루를 지냈지만.
그들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미안한 감이 있다.
 
어쩌면 생일이란 건.
나를 위해서 있는 날이 아니라.
되돌아보며 감사를 나누는 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축하해준 이들에게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도.
그저 감사를.
 
앞으로 이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할지를 고민하며
또 다음 생일 때는 어떻게 보내보고 싶은지를 고민하며
다른 이들은 생일에 무엇을 받고 싶어할지를 고민하며
오늘 하루를 마감해야겠다.
 
축하해준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평범한 하루에도 감사를.

압도적 감사!